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p151) 칼이란 흉기가 될 수도 있으나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만드는 큰 도구입니다. 그래서, 칼은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사랑도 될 수 있습니다. 소설속에서 어머니는 우유부단한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고 강인한 어머니입니다. 강해보이지만 애틋한 부부를 보며 부러워 넋을 놓기도하고 바람..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266쪽) 이 말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씨 부인이 한 말입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오만인지. 얼마나 섣부른 것인지. 얼마나 겉핥기인지. 김애란 작가가 참여한 2012년 겨울 북콘서트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씨 가족과 작가들이 모였습니다. 책에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나 아마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의 삶에 대한 책이었나 봅니다. 북콘서트에서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 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패널들에게 합니다. 작가들은 저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창근씨 부인인 이자영씨가 위의 말을 합니다. 작가는 직접 경험한 것..
다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자꾸 변한다. 요즘 부쩍 그런 것이 보인다. 갑자기 생겨버린 점, 불현듯 거슬리는 옹이, 기이하게 스스로 모향을 바꿔가는 흉터, 낯설어 자꾸 비벼대다 더 커져버린 얼룩...... 어떤 하루도 똑같은 조도와 풍향을 갖지 않는 것처럼 내 몸은 매일매일 다르다. (123쪽) 현재 나의 몸상태를 그리 생각해서인지 이 구절을 읽는데 공감이 가서 다시금 읽었습니다. 자주 보는 사람의 늙음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의 세월은 얼굴과 몸에서 쉽게 알아봅니다. 그런데, 나의 몸의 세월을 잊고 살다가 어쩌다 한번 보는 손등에 생긴 점. 언제 생긴지 모르는 상처를 보다보면 나의 몸도 매일매일 세월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글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김애란 작가가 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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